2019/03/17 15:17

캡틴 마블 간단한 감상평 (스포일러) Culture

- 주연 배우에 대한 비호감이 잔뜩 쌓인 채로 본 걸 감안하면, 생각보다는 무난한 편. 그러나 눈에 밟히는 부분도 많다.

- 어벤저스 : 엔드게임에서 대단한 히든 카드로 나올 것처럼 광고한 것 치곤 대단할 게 없는 능력치. '하늘을 날고 손에서 불 뿜는 괴력 히어로'가 운동장 두 바퀴를 돌고 남는 건 둘째치고, 외골격 수트 빼면 아이언맨과의 차별성은 어디에...

- '사고로 에너지를 뒤집어 쓰고 슈퍼파워를 얻는' 내러티브야 이제는 식상할 정도라 특별할 건 없지만, 그 광속 엔진의 코어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졌는지, 캐럴의 몸에 얼마나 큰 힘이 깃들었는지 별로 보여주질 못함. 즉 주인공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관객들이 가늠하고 감탄할 만한 장면 자체가 너무 적었음.

- 기껏해야 로난 함대를 때려부수는 장면 정도인데, 고작 함내에서 특수부대 몇 명 상대로 불 뿜고 싸우다 갑자기 우주에서 무쌍을 펼치는 흐름이 너무 뜬금없어서 도리어 둘을 연결짓기 힘들 정도. 액션 영화에서 액션 비중과 임팩트가 모두 부족하다는 건 정말이지...

- 현실 말고 작중에서만 그려지는 페미니즘에 관해 논하자면...성차별을 극복하고 성과를 이룬 여성이 주는 카타르시스란, 작중 배경인 90년대라면 몰라도 2019년에는 이제 너무 식상한 게 되지 않았나? 작품 전체적으로도 성차별이 딱히 주인공에게 벽이 된 것은 기억도 잘 못하는 과거 회상 장면 빼면 비중도 미미할 정도.

- 즉 페미니즘을 원하는 관점에서 보면 페미니즘 요소가 너무 빈약하고, 반대 관점에서 보면 그 페미니즘을 자극하는 부분이 전체에 융합되지 못해서 도리어 사족이 되는 상황. 엉성한 타협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음.

- 브리 라슨의 캐릭터가 원래 그런지 몰라도, 좀 비호감일 정도로 뻔뻔하고 고압적인 성격 또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인 듯. 그 잘난 토니 스타크조차도 끊임없이 내적 갈등과 성장을 반복하고 심지어 부모 죽음의 비밀 앞에서는 유치할 만큼 감정적이 되기까지 했다(안 그럴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그게 토니라는 게 중요).

- 그에 반해, 캐럴이 겪는 심적 갈등은 은인과 기억을 잃고 이용당했다는 것에 비해 너무 짧고 간단하게 끝나며, 성격 또한 딱히 바뀌는 게 없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작작함과 오만함 일직선. 당당한 여성에게 성장이란 그냥 레벨업이나 스킬트리 개방 혹은 아이템 획득일 뿐인가? 여성 이전에 (관객의 공감이 가능한) 인간이기는 한가 말이다.

- 엔드게임 보는 데 방해되지 말자고 보긴 했는데, 정말 딱 그 정도에서 끝나는 영화. 아예 망작은 아니지만, 작품 단독으로는 영 빛을 발하기 힘든 그런. 블랙 팬서도 비슷한 평을 듣고는 있지만, 지난 MCU 시리즈에서 단편적으로만 등장하던 와칸다라는 특이한 나라를 전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나름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함. 그러나 캡틴 마블은 '어벤저스 거르고 꼭 봐야 할 이유'라는 점에서 생각나는 게 없다.

- 고양이야 귀여웠지만, 촉수가 없을 뿐 우리집 애가 더 귀엽단 말이다. 고양이 앞의 새뮤얼 잭슨은 몰라도.

- 개인적인 평점은, 2.75/5.0 정도. 2.5점이라기엔 그럭저럭 볼만했고, 3.0이라기엔 아쉬움이 많다.



p.s. 편협한 믿음을 당연한 도덕으로 알고, 그걸 반대하는 상대를 악마로밖에 해석하지 못하는 저열함도 일종의 전염병이 아니려나?

덧글

  • 피그말리온 2019/03/17 18:55 # 답글

    캡틴 마블에게 어떤 약점이나 한계를 그렸다간 여자라서 그렇게 했다라고 오해받을까봐 그쪽으로 조금의 긴장도 넣을 수 없었겠죠. 그냥 보통의 영화라면 모르겠는데 이 영화는 명백히 정치성을 띄고 있으니...
  • Bluegazer 2019/03/20 10:08 #

    페미니즘 관련해서는 이 정도면 어느 쪽도 불만이지 싶습니다.
  • BigTrain 2019/03/18 11:59 # 답글

    하비 와인스타인 이후로 영화계가 하도 뒤숭숭하니 PC충들에게 "옛다 페미영화"하고 던져준 느낌입니다. 그런 것 치곤 재밌게 봤네요.
  • Bluegazer 2019/03/20 10:09 #

    기대치가 낮아서 그랬는지 저도 그럭저럭이었는데, '그 쪽'은 겨우 이거 받고 만족할 거면 뭐하러 그 난리를 쳤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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