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4 00:20

엘리트라 Society

정말 왜곡일까?

트랙백의 본문이나 거기 인용된 기사 등에서 이슈가 된 자유경제원 기고문을 대충 훑어본 감상.


아무리 발달된 현대 민주주의 체제라고 해도, 당위가 아닌 현실적 결과로서 엘리트와 일반 대중이라는 사회적 계층 구분은 엄존한다(단지 두 계층간 이동이 얼마나 자유로우냐 정도가 문제일 뿐). 이들 계층간의 견제란 상호 관계에 따라 국부적으로 비대칭성은 있더라도 반드시 쌍방향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그건 견제가 아닌 통제일 뿐이다. 따라서 그 무게중심이 유독 한 쪽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면 일시적으로 다른 한 쪽에 무게를 둬서 균형을 찾아가자는 주장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일방적 훈계가 아닌 설득이 목적이라면, 하다못해 목적 달성을 위한 테크닉이란 측면에서도 용어의 선택과 화법은 충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구구절절히 공감되고 옳은 말을 하다가도 바로 그 빌어먹을 용어 선택과 화법 때문에 산통 다 깨먹는 자유경제원의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래도 본인들이 바로 그 '귀족'이시란 믿음에 이미 젖어계시지 아니하온지 감히 개되지로서 추측해 본다. 당장 '귀족'이라는 표현부터가 자못 기깔나지 않느냐 말이다.

고로 그 '중우'들이 여태까지 그래와코 아패로도 께속 해 왔듯 이번 글을 또 오해하더라도, 최소한 저 토론회 참석자들에게만큼은 크게 동정심이 가지 않는다. 아니, 그냥 기요틴 가져와라. 느그 '귀족' 새끼들 덕분에 그 대중들이 지금 꼭 좀 들어처먹어야 할 얘기를 자꾸 '비민주적'이랍시고 멸시하게 되면 그 책임이야말로 도대체 누가 지실 건데여 씨발. 

물론 귀족 나으리들이 즈그끼리 귀족부심을 부리시든 마시든 간에, 중우정치는 자유 민주주의가 독재만큼이나 경계해야 하는 무서운 적이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하다못해 '권리도 책임도 1/n' 정도의 간단한 것부터 대중에게 좀 온건하게 납득시키는 정도로 시작하면 안 될까. 그게 바로 그 놈의 '깨시민'들이 뭐만 되면 거리로 뛰쳐나오기 전에 먼저 깨우쳐야 할 진정한 '자유주의적 비르투'의 가장 자그마한 파편이라도 안 되겠냐고. 



p.s. 스스로 '책임도 권리도 다 가진 진정한 의미의 주인'이 아닌 '돈 내고 진상부려도 되는 고갱님' 정도로 여기는 대중들만큼이나, 스스로 '대중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지도층'이 아닌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다스려도 되는 귀족'으로 착각하는 엘리트 모두 자유 민주주의에 아직 적응이 덜 됐다는 느낌이다. 독재가 낳은 가장 큰 폐단은 독재 그 자체보단, 남의 자유 민주주의를 이식받은 대한민국에서 이 적응기간을 수십 년이나 유예시켰다는 점이 아닐까. 그게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는 둘째 문제로 치더라도.

덧글

  • 바탕소리 2016/07/14 00:26 # 답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시는군요.

    (일단 이글루스에 올라온 것만 보고 말씀드리자면) 대중 개개인이 특정 사안에 대한 모든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이들을 대신할 의원을 선출해 국회를 만든다는 말이 간접민주주의 이야기할 때 나오는 레파토리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를 할 때도 국민을 본래의 주권자로서 존중하지, 짐승이라니 뭐니 하는 식으로 비하하는 말은 하지 않죠.

    자유경제원, 이럴 거면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다른 우익들에게 더 도움이 될 텐데 말입니다.
  • 에이알 2016/07/14 00:51 #

    개돼지한테 물린꼴이 된 캐머런이 퇴임연설에서 그 개돼지들에게 어떤 말했는지 들어만봤어도 나씨가 실수를 안했을터인데 ㅋㅋ
  • Bluegazer 2016/07/14 21:27 #

    사회가 개판이 되더라도 최소한 그 책임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구성원 전원이 나누어 가져야지, 일부 '귀족'들이 대중에게 떠넘기는 형태가 되선 안 된다는 게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자유 민주주의와 대립되는 새로운 정체를 논하는 게 아닌 이상 최소한 그 범주 안에서 자유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얘기를 풀어나가야 할 거 같은데 저 양반들은 글쎄요...누구씨는 뭐 쟤들이 엘리트에게 표 더 주자는 얘기라도 했냐 어쩌냐 하는데, 그 얘기를 꼭 하고 안 하고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저도 그렇지만 소위 좌파들 걸러낼 때에도 그렇게까지는 안 하는 거 같던데 ㅋ
  • 일화 2016/07/14 01:22 # 답글

    딱 적절한 말씀이네요.
  • Bluegazer 2016/07/14 21:28 #

    글재주가 없어서 별로 만족스럽게 얘기를 풀진 못했지만 일단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정도군요.
  • 액시움 2016/07/14 01:37 # 답글

    대한민국은 아직 진정한 의미의 시민이 얼마 없죠.

    단지 귀족처럼 행동하는 소수 귀족과 귀족이 되지 못한(그리고 되고 싶은) 몰락귀족 다수가 있을 뿐.

  • Bluegazer 2016/07/14 21:28 #

    전 드라마 '추노'에서 노비들끼리 혁명론 애기할 때가 생각나더군요.

    '양반들 다 죽이고 나면, 그 다음엔?'
  • MoGo 2016/07/14 11:05 # 답글

    깨시민이나 저 인간들이나..
  • Bluegazer 2016/07/14 21:29 #

    깨귀족이라고 불러드릴깝쇼 ㅋ
  • 2016/07/14 18:35 # 답글

    계급제가 사라지고 모두가 (계급적으로는)평등한 사회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계급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에서 비롯된 금수저, 흙수저에서 비롯한 '수저계급론'입죠.

    보다 오래되었고, 연구도 많았던 사회계급론은 바로 자유경제원에서도 말하는 '엘리트론' 입니다. 내용은 뭐 우리도 흔히 예상하다싶죠. 폐쇄적이고, 일반대중과는 반대인 엘리트 집단이 모든 분야에 권력으로 영향을 끼친다... 라는. 그러나 엘리트론 이후에 나온 '다원론'에서는 엘리트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합니다.

    '엘리트는 있지만, 종류는 많다. 모든 엘리트가 같진 않다.' 라는 것입죠. 엘리트집단은 '엘리트'라는 단일집단이 아니라 '경제엘리트'나 '외무(관)엘리트'라거나, '군사엘리트'처럼 다수의 엘리트집단이 있고, 서로의 분야가 다르므로 서로의 권력에도 차이가 있고, 누구든지 엘리트로 입성할 수 있다는 내용입죠. '돈이 많다고 권력이 많은것은 아니다'라고 요약해서 볼 수가 있습니다.


    '수저계급론'이 사실상 '높으신 분들'에게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나온지 얼마 안되었다는 점이나, 그 시발점이 '멍청한 대중들'에게서 나왔다는 점도 관여할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큰 이유는 연구가 덜 되었다는 점입니다. '수저 간 조건'도 설정해서 알미늄 수저니 쇠수저니 동수저니 하는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각 수저 별 조건을 설정하는것도 힘들었거니와 금-은-동 무슨 메달처럼 열거했지만 사실 동수저가 은수저보다 보기 더 힘들다거나 등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점도 있었죠. 결국 유행처럼 지나가고 남은건 흙수저와 금수저밖에 없구요.

    반면 엘리트에 대한 것은 연구도 많이 되었고, 오래되기도 했고, 실제로 '엘리트'란 말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들어봤다는 점은 있지만 그 내용이 뭔지 배우는 것은 개인이 노력하거나 혹은 '배운 사람' 즉, 대학물은 좀 먹어야 나온다는 점에서 그들이 말하는 '멍청한 대중들'이 알기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그냥 좀 잘나면 엘리트인갑다 하죠. 앞서 말씀드렸던 수저계급론처럼 사실 사회계급론 자체가 어려운 분야인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계급론 중 정말 쉽게 배울 수 있고 빨리 이해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에 대한 것입죠...
  • Bluegazer 2016/07/14 21:30 #

    계급론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그 계급들의 역할이나 계급간의 관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양쪽 다 별로 그렇지도 않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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