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7 10:29

중국 잡담 Society

중국몽(中國夢)에서 깨어야할 때

북핵은 (중국이 그토록 밀어내고 싶어하는) 미국의 영향력이 자꾸 동북아로 밀고 들어오게 만드는 매우 좋은 빌미이므로 중국에게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며, 그 때문에 1차 북핵위기 당시에도 중국은 상임이사국으로서 비토를 던지지 않고 제재안에 찬성하고 나설 정도였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에 강력하게 핵 포기를 강요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압박은 자칫 북한에 대한 지나친 영향력 확대로 받아들여져서 주변국의 경계심을 높이거나, 트랙백 본문에서와 같이 북한의 중국 영향권 이탈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고, 그렇다고 북한 내에 소위 친중파로 불릴 만한 세력이 있어서 지렛대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로 북한이 붕괴해 버리면 동북아의 파워 밸런스가 확 치우쳐 버릴 것이고...

실제로 중국은 몇 년 전에 '서방은 우리에게 유효한 당근도 채찍도 있는 줄 아는가 본데, 그렇지도 않다'는 투로 관영 언론 사설을 통해 투덜댄 적도 있다. 즉 (한-미-일을 비롯한 서방을 놀래키지 않을 만큼 온건하면서도) 효과가 보장되는 묘약은 중국조차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분명 동북아의 안정을 바라는 건 자기네 이익 때문에라도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안정이 결코 우리와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 인식하면 된다고 본다. 다만 중국은 '아직까지는' 한국에 대해 그렇게 강력하게 '선택의 강요'를 들이밀지는 않을(못할) 만큼 현실적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즉,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의 패권을 차지할 것이 자명한(...ㅋ) 새로운 태양 중국'에게 줄을 대자는 김칫국 냄새 가득한 관측과는 별개로, 대북 정책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관계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그들과 우리의 이해관계가 그리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p.s.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오던 중국 경제 버블론이 이반 중국 증시 폭락 등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언젠가 진짜로 닥쳐올 빅 이벤트(물론 안 좋은 쪽으로)의 예고편이나 암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자본주의 체제의 후발주자로서 워낙 보고 배울 전례가 많았다는 것과, 중국 지도부가 흔한 제 3세계 독재정권들과는 수준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엔딩 예상은 아직 섣부를 지도 모르겠다.

덧글

  • 나인테일 2015/08/27 21:04 # 답글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중국은 북핵을 (자신들에게) 착한 핵으로 간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그렇지 않다면 북한의 온갖 비상식적 만행을 그냥 일관되게 쌍방과실로 덮어버리는 움직임이 설명이 안 되거든요. 사실상 북한을 등 떠밀고 있는거나 마찬가진데요. 그러다 이번에 제대로 한 대 맞았으니 뭔가 깨닫기라도 하면 좋겠습니다만.
  • Bluegazer 2015/08/27 22:09 #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우선 중국을 포함한 5대 공인 핵보유국은 자신들의 핵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핵확산을 기본적으로 반대하며, 그게 아니더라도 북한의 핵보유는 실질적인 핵전력으로서의 효과는 적으면서(냉전 초기 미국에게 영/불의 핵이 갖던 의미와 유사할지도?) 한/일을 크게 자극하여 작게는 지금도 중국이 발작하듯 경계하는 THAAD 배치에서 더 나쁘게는 NATO와 같은 핵무기 공유 프로그램과 유사한 시스템 도입까지 유발할 수 있고(즉 '유사시' 한국이나 일본이 빌려서 쓸 수 있는 미국 핵무기의 배치), 최악의 경우 자칫 제 2, 3의 이스라엘(공인도 자인도 없지만 실제 핵보유국) 탄생을 초래할 가능성만 높여주는데다 본문에도 썼듯이 이 모든 사태가 미국의 관심과 개입 의지를 크게 자극하는 독배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북한 정권이 다른 핵강국들처럼 핵에 대한 확실한 자제력/통제력을 보장할 수 있느냐에 물음표가 달려 있는 것 또한 덤이지요.

    중국은 데탕트 시절 이래로 동북아 안정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미국과 큰 틀에서 항상 의견일치를 보아 왔는데 그 첫번째 이유는 당연히 중국의 국익 때문입니다. 소련과 달리 중국은 미국과 정면대결을 할 능력도 없으며 스스로 그걸 잘 알기 때문에 그럴 의지 또한 없습니다. 때문에 자기 권역 주변에서 위협을 심화시키는 사태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막으려고 노력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도맡아 왔고(실제 6자회담 의장국), 역시 본문에도 썼듯이 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에는 비토는커녕 도리어 대북제재에 동참해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북한을 '내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내치고 싶은 건 북한의 '핵'이죠. 북한 그 자체에 대해서는 수십 년 이상 개혁/개방을 통한 '제대로 된 국가'로의 이행을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김일성부터 벌써 3대째 똑같은 잔소리를 듣고 있죠.

    애초에 '착한 핵'으로서의 의미라도 가지려면 북한이 중국의 확실한 괴뢰국가 내지는 최소한의 이성을 갖춘 제대로 된 2세계 국가의 일원이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지금껏 보아온 바로는 그 어느 쪽도 전혀 아니며, 도리어 안전장치 고장난데다 '장전되기까지 한 총(cocked pistol)'이 되어버렸다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 shaind 2015/08/27 22:08 #

    기존 핵보유국에게 있어 착한 핵은 없습니다.

    심지어 영국과 프랑스의 핵전력은 미국(과 나토전체)의 핵전쟁계획과 연계되어 있고 핵전력 건설에 미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런 나라들도 처음 핵을 가지기 위해 미국의 무던한 방해를 뚫어야 했던 것입니다. (http://shaind.egloos.com/5519051 )

    어떤 신입 핵보유국의 핵이 기존 핵보유국에게 착한 핵(X) 덜 나쁜 핵(O)이 되는 경우는, 신입이 기존 핵보유국에게 해가 되는 방향으로 핵을 쓰지 못하게 일정한 외교적 수완이 발휘되어 있을 때 뿐입니다. 여기에 있어서는 미국이 어떻게 프랑스를 '길들였는지'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중국에게 있어서 북한이 그런 존재냐면, 글쎄요.

    북한은 중국의 사실상 군사동맹국이 아닙니다. 군사동맹은 조약상의 문장 몇줄로만 존재하고, 두 나라는 서로를 방어해주기 위해서 그 어떤 연합작전계획이나, 거기에 따른 군사연습 따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

    북중동맹은 한미동맹과는 여러모로 정반대라서, 한미동맹은 한국이 미군을 끌어들이면서 시작됐지만 북중동맹은 북한이 주북 중공군을 북한밖으로 밀어내고 나서 시작됐죠. 한미관계에 대입해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런 게 북중관계입니다.

    여튼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의미있는 군사적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전략로켓군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당장 내일 일본에 핵을 쏴서 동북아시아에 대재난을 불러일으킬지라도 중국은 그걸 막기 위해 손끝하나 댈 수 없습니다.


    중국에게 있어 북한의 핵은 미국의 핵보다 더 위험한 존재입니다.
  • shaind 2015/08/27 21:47 # 답글

    중국이 하고 싶은 건 한반도에서 중재자 역할로 잰체하는 거죠. 사실 북한과 남한 모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중국 밖에 없으니, 중국은 딱 그러기 좋은 포지션에 있습니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려면 중국은 북한의 도발행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추궁하거나 응징하지 못하고 양비론, 양시론으로 적당히 묻어버리는 수밖에 없죠. 안 그러면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더욱 이탈하려고 할 테니까.

    이 모든 것은 중국이 북한의 목줄을 확실히(미국이 남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수준 만큼) 잡고있지 못하기 때문이죠.
  • Bluegazer 2015/08/28 08:47 #

    전에도 한 얘기지만 차라리 북'괴'였으면 편했지 싶습니다.
  • Minowski 2015/08/28 21:15 # 삭제 답글

    분석하신 내용에 대부분 동의합니다만 몇가지 꺼림찍한 정황도 이야기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최근 까지도, 북핵개발을 두둔하던 관변 연구기관 학자들도 있었고...이때문에 북-이란-파키스탄의 핵/미슬 커넥션에 미싱링크가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고...

    어떻든 이런 두둔도 올 중순쯤이던가 미중 학자들간 교류에서 미정보 예상보다 많은 북핵의 가능성을 먼저 제기하면서 사그러진 걸 보면, 적어도 김정은 정권에 대해 중국의 가용수단이 없다는 고백으로 보입니다.

    경제의 경우 향후 4년이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오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수자원 고갈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 Minowski 2015/08/28 21:16 # 삭제

    미정보 -> 미정부
  • Bluegazer 2015/08/29 01:23 #

    이란이나 파키스탄은 모르겠지만, 만약 북한에 대해 어떤 '미싱 링크'를 중국이 갖고 있었다고 쳤을 때, 과거 프랑스의 핵개발에 미국이 기술을 제공한 것에 비춰보면 어떤 시사점이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그런 가정 하에 미국은 성공한 반면 중국은 실패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 이글루시민 2015/09/02 11:34 # 답글

    북한의 핵문제 해결은 오직 정권교체로만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인데 그 정권교체를 중국이 주도하는 순간 한-미와 충돌할 수밖에 없고, 물자를 끊어 고사시키는 방법 등으로 붕괴시키더라도 한-미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결국 해결책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봐야겠죠.

    최근 중국이 북한 지역 분할안을 제시한 것도 이 상황에서 한-미를 달랠 목적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Bluegazer 2015/09/13 12:48 #

    김정은 성향을 아직까지는 잘 몰라서 단언하긴 좀 그렇지만, 어쩌면 이런 막무가내 정권이 지속되는 건 단순히 최고 지도자 성향이 아닌 체제 자체의 근본적인 그 무언가 때문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러면 단순하게 정권교체 수준이 아니라 체제 전반이 뒤집어 엎어지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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