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해군.(식빵스러움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우리나라 밀덕들 사이에서는 '못 살고 약한 나라는 작은 배, 잘 살고 강한 나라는 큰 배' 혹은 '연안해군은 저렙, 대양해군은 고렙' 따위의 도식화된 선입견이 사실상 주류이고, 이에 반대하는 나머지 소수의견은 '매국노'나 잘 해 봐야 '숭미 사대주의자'로 낙인 찍히는 게 현실이다.
근데 더 웃긴 건, 이런 선입견을 우리 해군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해군의 슬로건에서 대양해군은 '경제의 80%를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로서의 의무이자 십계명이 되었고, 이는 곧 크고 강한 배를 찍어내야 할 당위성이 되었다. 반대로 울산급 FF와 포항/동해급 PCC 및 참수리급 PKM 같이 '작고 폼 안 나는 배'는 '연안해군으로서의 부끄러운 과거' 내지는 '언젠가 극복해야 할 현실'이 되었다.
근데, 정말 그럴까?
무역에 생명줄을 매달고 있는 나라가 그걸 지키고자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걸 꼭 '우리가 만든 우리 배를 우리가 타고 가서' 지켜야 할 필요 불가결한 이유가 있는가?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을 해내고 있는 나라가 있기는 한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는 지금도 CTF-150이나 151 같이 수십 척의 각국 해상전력이 모인 다국적 연합함대가 해적퇴치를 위해 10년이 넘게 활동중이다. 그런데 우리의 해상교역로 면적은 이들의 작전영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이걸 전부 커버하려면 도대체 우리 해상전력의 규모는 얼마나 되어야 하며 그걸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 그 전에, 그들이 대응해야 할 위협은 무엇이며 그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아무 것도 없다. 시레인과 대양해군이라는 슬로건의 사이에는 단순히거기에 산이 있으니까'거기에 먼 바다가 있으니까'이라는 빈약한 연결고리만이 있을 뿐이다. 정작 그 대양해군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누구와 싸우며 뭘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대양해군 슬로건 하에서 십 수년간 간신히 쥐어짠 ROKN의 대형 수상함 전력은 정말 보잘것 없는 수준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라고? 첫걸음 떼다가 허리가 분질러질 지경이라는 상황에, 두번째 걸음은 무슨 여력으로 떼려는 걸까.
배는 해군에게 있어서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명확한 목적이 없이 단순히 큰 배, 크고 강한 배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언어 도단이다. 그런데 목적과 수단의 골치아픈 고뇌에 대해 우리는 '무역을 하니 대양해군이 필요하고 대양해군에는 큰 배가 필요하다'는 '호쾌한' 논리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다.
'큰 배'란 목표가 정해졌으니, 그 큰 배가 무엇이냐는 애초에 뻔한 것이었다. 이지스함. 꿈의 구축함이네 신의 방패네 명품무기네 같은 수식어를 달고 사는 이지스함은 어느새 월세 단칸방 가족이 꿈꾸는 강남 아파트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은전 한 닢'을 얻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원하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소년 같은 표정으로 '이 좋은 배가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이제 북한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며 사자후를 토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한 마디 묻고 싶다. 누구 보고 살 건지 생각은 해 봤냐. 무덤에 대고 물을 수도 없고.
그러다 연이은 서해의 비극을 겪고 나니 우리 코앞에 닥쳐와 있는 게 어떤 종류의 12등급 또라이들이었는지 이제야 생각해 냈는가 보다. 그래서 계산기 두드려 보니, 무슨 일을 하셔야 할 지조차 감이 안 잡히는 대왕마마 수랏상 챙겨드리는 통에 돈이 남아날 리가 있나. 결국 그렇게 해서 나온 인천급 FFX Batch-1 6척은, '이런 배밖에 못 만들어 놔서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강영오 제독님께서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 울산급 FF나 포항급 PCC에 부끄럽지 않은 초대형 고속정 시즌 3로 21세기를 사는 우리 앞에 나타났다. 30년 뒤에 또 어느 제독이 대중 앞에서 석고대죄를 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딱 까놓고 얘기하자. 남자와 여자, 서민과 부자, 호남과 영남,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좌빨과 수꼴, 고대와 연대(응?).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반대편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서, 해군조차 연안과 대양이라는 양대구도(사실 좀 더 자세히 따지자면 최소한 4단계, 즉 세계-대양-지역-연안으로 나누어도 모자랄 판이다)중 꼭 어느 하나에 쑤셔넣고 봐야 할 필요는 아무 데도 없다. 정확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뭔지 근본부터 따지고 들어간 뒤에 거기에 필요한 전력을 구상하는 게 누가 봐도 상식이 아닐까? 다만 그런 검토를 거쳐서 어떤 배를, 어떤 항공기를, 어떤 체계를 갖추겠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 그게 작은 배든 큰 배든 상관없이, 그 결과물을 합목적성이 아닌 단순히 크기와 뽀대로 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밀덕들 사이에서는 '못 살고 약한 나라는 작은 배, 잘 살고 강한 나라는 큰 배' 혹은 '연안해군은 저렙, 대양해군은 고렙' 따위의 도식화된 선입견이 사실상 주류이고, 이에 반대하는 나머지 소수의견은 '매국노'나 잘 해 봐야 '숭미 사대주의자'로 낙인 찍히는 게 현실이다.
근데 더 웃긴 건, 이런 선입견을 우리 해군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해군의 슬로건에서 대양해군은 '경제의 80%를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로서의 의무이자 십계명이 되었고, 이는 곧 크고 강한 배를 찍어내야 할 당위성이 되었다. 반대로 울산급 FF와 포항/동해급 PCC 및 참수리급 PKM 같이 '작고 폼 안 나는 배'는 '연안해군으로서의 부끄러운 과거' 내지는 '언젠가 극복해야 할 현실'이 되었다.
근데, 정말 그럴까?
무역에 생명줄을 매달고 있는 나라가 그걸 지키고자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걸 꼭 '우리가 만든 우리 배를 우리가 타고 가서' 지켜야 할 필요 불가결한 이유가 있는가?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을 해내고 있는 나라가 있기는 한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는 지금도 CTF-150이나 151 같이 수십 척의 각국 해상전력이 모인 다국적 연합함대가 해적퇴치를 위해 10년이 넘게 활동중이다. 그런데 우리의 해상교역로 면적은 이들의 작전영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이걸 전부 커버하려면 도대체 우리 해상전력의 규모는 얼마나 되어야 하며 그걸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 그 전에, 그들이 대응해야 할 위협은 무엇이며 그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아무 것도 없다. 시레인과 대양해군이라는 슬로건의 사이에는 단순히
배는 해군에게 있어서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명확한 목적이 없이 단순히 큰 배, 크고 강한 배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언어 도단이다. 그런데 목적과 수단의 골치아픈 고뇌에 대해 우리는 '무역을 하니 대양해군이 필요하고 대양해군에는 큰 배가 필요하다'는 '호쾌한' 논리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다.
'큰 배'란 목표가 정해졌으니, 그 큰 배가 무엇이냐는 애초에 뻔한 것이었다. 이지스함. 꿈의 구축함이네 신의 방패네 명품무기네 같은 수식어를 달고 사는 이지스함은 어느새 월세 단칸방 가족이 꿈꾸는 강남 아파트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은전 한 닢'을 얻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원하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소년 같은 표정으로 '이 좋은 배가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이제 북한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며 사자후를 토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한 마디 묻고 싶다. 누구 보고 살 건지 생각은 해 봤냐. 무덤에 대고 물을 수도 없고.
그러다 연이은 서해의 비극을 겪고 나니 우리 코앞에 닥쳐와 있는 게 어떤 종류의 12등급 또라이들이었는지 이제야 생각해 냈는가 보다. 그래서 계산기 두드려 보니, 무슨 일을 하셔야 할 지조차 감이 안 잡히는 대왕마마 수랏상 챙겨드리는 통에 돈이 남아날 리가 있나. 결국 그렇게 해서 나온 인천급 FFX Batch-1 6척은, '이런 배밖에 못 만들어 놔서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강영오 제독님께서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 울산급 FF나 포항급 PCC에 부끄럽지 않은 초대형 고속정 시즌 3로 21세기를 사는 우리 앞에 나타났다. 30년 뒤에 또 어느 제독이 대중 앞에서 석고대죄를 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딱 까놓고 얘기하자. 남자와 여자, 서민과 부자, 호남과 영남,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좌빨과 수꼴, 고대와 연대(응?).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반대편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서, 해군조차 연안과 대양이라는 양대구도(사실 좀 더 자세히 따지자면 최소한 4단계, 즉 세계-대양-지역-연안으로 나누어도 모자랄 판이다)중 꼭 어느 하나에 쑤셔넣고 봐야 할 필요는 아무 데도 없다. 정확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뭔지 근본부터 따지고 들어간 뒤에 거기에 필요한 전력을 구상하는 게 누가 봐도 상식이 아닐까? 다만 그런 검토를 거쳐서 어떤 배를, 어떤 항공기를, 어떤 체계를 갖추겠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 그게 작은 배든 큰 배든 상관없이, 그 결과물을 합목적성이 아닌 단순히 크기와 뽀대로 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덧글
실제로 현장에 가 보니, 밀덕후들의 큰배 좋아 항모 좋아 짱큰 이지스함 좋아는 해군이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주입식 교육과 홍보활동을 한 결과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신인X 님에게 몇억씩 연구 용역 줘가며 대양함대 연구를 시키거나 해군 함상토론회에 지속적으로 출전시켜서 뽕을 놓던데, 철없는 밀덕이 해군을 더럽히는게 아니라 해군이 암것도 모르는 놈들 잡아다가 세뇌를 시키고 있었더라능..
해군이 발원지라면 뭐 더 심각하죠. 여론 핑계를 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여튼 나쁜짓만 골라서 배운다니까요.
해군은 대잠능력을
육군은 대포병 능력이 더 필요합죠
그리고 KD-2, 3로 인한 막대한 비용지출에도 불구하고 해군에겐 연안함대를 재건할 충분한 재정적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걸 스스로 말아먹은건 해군이죠. http://extra1.egloos.com/m/3752837
잘 돌아간다...
실례로, 중국이 성장하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더 내고 싶은 것은 경제력만이 커서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무력(해군력)도 같이 성장했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군사적 용어로 'presence of sea power'입니다.
미군과 같이 특정지역을 봉쇄하거나 항모전단을 동원하여 엄포를 놓아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죠.
손자병법의 승리 중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첫 번째' 승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물론 우리가 주변국을 상대로 그렇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강영오제독님의 저서를 한 권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군사력은 어디까지나 국력이 발현된 형태의 하나일 뿐 국력을 신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없습니다. 선후관계를 혼동하면 곤란합니다. 그게 반대로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우리는 휴전선 북쪽 동네와 그보다 좀 더 북쪽의 예에서 아주 잘 알 수 있죠.
미국의 항모전단은 그 자체로도 강력하지만, 항모전단의 파견이 외교적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미국이 필요할 경우 전세계 어디에나 육/해/공 모든 군사력을 충분히 투사할 능력과 의지가 있고 또 이를 수 차례에 걸쳐 입증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핵심은 사실 전차와 전투기와 군함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군수지원능력과 정보자산에 있고, 궁극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국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눈 앞에 보이는 배가 크고 비싸고 뽀대나기 때문이 절대로 아닙니다. 착각하면 곤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봉하고 있는 주변국 대비 60~70%의 수상함대를 보유하면 견제가 된다! 는건 이론적 근거도 없고 전사에서도 증명된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해군은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 해군은 많아야 2~30척의 잠수함과 일부 대북견제용 고속정, 대잠 관련 무기체계. 연안경비정들 말고는 가진 게 없게 되어 자리 보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는 곧 해군에서 나갈 고위급 장성들이나 단기장교 및 부사관들이라면 모를까, 현재 한참 승진중에 있으며 장기간 근무를 꿈꾸는 장기부사관 및 장교들의 극한 반발로 이어지게 되며 이는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 전면전 상황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북한) 아니면 실사판 데프콘 한미전쟁 찍거나(중국, 일본) 둘 중 하나밖에 할 수 없음에도 수상함대 위주의 운용을 계속 고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p.s 물론 이런 경우 독도 지역은 어떻게 하느냐는 분들도 계실 것으로 봅니다만 독도의 경우에도 일본 해상자위대 함대와 직접적인 대결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항공전력과 잠수함 전력을 극대화하여 제압하는 게 피해도 훨씬 적고 더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봅니다. 물론 전면전 운운하는 분들 계시겠습니다만 영토를 빼앗길 시점이면 상대가 북한이건 중국이건 일본이건 사실상 국지전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이놈의 인간들은 꼭 피를 봐야 되는 건지...에휴.
이런 배경을 몰랐던 많은 밀덕들이 당시 '기동함대 계획이 반토막 났다'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대양해군을 만들려면, 적어도 일본의 '1,000해리 방위구상'이나 중국의 '제1/제2도련'에 해당하는 나름의 해양전략 개념이나 만들어야 할겁니다. 남의 숫자에 60~70% 곱하기나 할게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