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내용은 제대로 된 법률 관련 공부 비슷한 것도 해 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 아는 대로 쓴 글이므로 이를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에 의거한 태클은 조언으로 알고 감사히 듣겠습니다.
영화 '도가니' 실제 인물 항소심서 감형, YTN, 2012년 12월 27일
말인즉슨, 저 유명한 인화학교 사건 성폭행 피의자가 1심에서 12년형을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전에 세 차례나 성범죄로 형을 살고 나온 걸 감안해 8년으로 감형했다'고 판결했다는 얘기. 그 때문에 '범죄도 포인트가 적립되냐' '단골이니 깎아준다'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같은 범죄를 여러 번 저지른 놈을 봐 주는 사례는 내가 알기로도 없고 법에도 그런 조항은 없다. 반복범은 준법의지나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반증인 만큼, 가중사유가 됐으면 됐지 감형사유는 될 수 없고 다른 감형사유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 즉, 기사 내용만 놓고 보면 저 판결은 분명 비상식적인 게 맞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 다른 기사를 몇 개 더 검색해 보니 그제야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이 나온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피고가 과거에 벌받은 사건은 이번 판결과 완전히 별개가 아니라 과거 그가 저지른 '인화학교 관련 성범죄' 중 일부고, 이번 판결은 그 때 미처 기소되지 못한 혐의에 대해서만 추가로 징역을 선고한 건이라는 얘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여러 개의 혐의가 있다고 해서 각각 따로 형량을 매긴다거나, 혐의의 갯수에 따라 형량이 비례하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가지 죄를 동시에 벌줘야 하는 경우를 이른바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이 때에는 개별 혐의를 전부 따로 판결하는 게 아니라 가장 벌이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를 매기는 이른바 '가중'을 하게 된다(미국처럼 그걸 전부 따로 앙형, 단순 합산해서 수 백년씩 때리는 나라는 많지 않다. 애초에 우리나 일본, 유럽과는 법의 기본체계 자체가 다른 케이스).
즉 이 용의자놈은 '반복되는 성범죄로 빵을 자꾸 들락거리는 상습범'이 아니라, 예전에 저질렀던 일의 전모가 한 번에 밝혀지지 못하고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드러나다보니 '한 번에 받았어야 할 벌을 자꾸 나눠서 받게 되는 똥밟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미 추잡한 죄로 감옥 갔다 오느라 주변인으로부터 인간 이하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짧지도 않은 형량(강간죄 8년이면 가벼운 편은 절대 아니다)으로 자꾸 시즌 2, 3를 찍으러 들락거리라고 하면 차라리 죽고 싶지 않을까.
무엇보다, 잘못된 판결이라면 대번에 들고 일어날 게 뻔한 당사자들과 그 대책위부터가 단식농성까지 풀고 '조금 아쉽지만 다행'이라는 성명까지 내놓은 상황인 만큼, 100% 만족스럽진 않을 지라도 재판부가 욕먹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p.s. 개인적으로는 저 놈이 정신 못 차리고 '그래도 무겁다'며 항소했다가 괘씸죄로 더 엿을 먹는 상황을 기대한다. 물론 최소한의 대가리가 돌아간다면 이만하길 다행으로 알겠지만...
영화 '도가니' 실제 인물 항소심서 감형, YTN, 2012년 12월 27일
말인즉슨, 저 유명한 인화학교 사건 성폭행 피의자가 1심에서 12년형을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전에 세 차례나 성범죄로 형을 살고 나온 걸 감안해 8년으로 감형했다'고 판결했다는 얘기. 그 때문에 '범죄도 포인트가 적립되냐' '단골이니 깎아준다'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같은 범죄를 여러 번 저지른 놈을 봐 주는 사례는 내가 알기로도 없고 법에도 그런 조항은 없다. 반복범은 준법의지나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반증인 만큼, 가중사유가 됐으면 됐지 감형사유는 될 수 없고 다른 감형사유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 즉, 기사 내용만 놓고 보면 저 판결은 분명 비상식적인 게 맞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 다른 기사를 몇 개 더 검색해 보니 그제야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이 나온다.
(전략)재판부는 또 "변태·가학적인 범행방법도 불량하고 피해자들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이번 사건과 비슷한 시기의 범행으로 지난 2006년과 2008년 2차례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점 등을 고려해 감형한다"고 밝혔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김용목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판결에 대해 "원심 형량에 못 미쳐 아쉽지만,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유죄 판결을 촉구하며 법원 앞에서 30일째 천막 농성을 벌여온 대책위는 이날 농성을 해제했다.
'도가니' 인화학교 前행정실장, 항소심서 징역8년, 조선일보, 2012년 12월 28일
간단히 얘기하자면, 피고가 과거에 벌받은 사건은 이번 판결과 완전히 별개가 아니라 과거 그가 저지른 '인화학교 관련 성범죄' 중 일부고, 이번 판결은 그 때 미처 기소되지 못한 혐의에 대해서만 추가로 징역을 선고한 건이라는 얘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여러 개의 혐의가 있다고 해서 각각 따로 형량을 매긴다거나, 혐의의 갯수에 따라 형량이 비례하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가지 죄를 동시에 벌줘야 하는 경우를 이른바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이 때에는 개별 혐의를 전부 따로 판결하는 게 아니라 가장 벌이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를 매기는 이른바 '가중'을 하게 된다(미국처럼 그걸 전부 따로 앙형, 단순 합산해서 수 백년씩 때리는 나라는 많지 않다. 애초에 우리나 일본, 유럽과는 법의 기본체계 자체가 다른 케이스).
제37조(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 <개정 2004.1.20>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 ①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1.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2.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 단 과료와 과료, 몰수와 몰수는 병과할 수 있다.
3. 각 죄에 정한 형이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이외의 이종의 형인 때에는 병과한다.
②전항 각호의 경우에 있어서 징역과 금고는 동종의 형으로 간주하여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제39조(판결을 받지 아니한 경합범, 수개의 판결과 경합범, 형의 집행과 경합범) ① 경합범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개정 2005.7.29>
② 삭제 <2005.7.29>
③경합범에 의한 판결의 선고를 받은 자가 경합범중의 어떤 죄에 대하여 사면 또는 형의 집행이 면제된 때에는 다른 죄에 대하여 다시 형을 정한다.
④전3항의 형의 집행에 있어서는 이미 집행한 형기를 통산한다.
형법, 대한민국 법률 10259호, 2010.4.15 일부개정
즉 이 용의자놈은 '반복되는 성범죄로 빵을 자꾸 들락거리는 상습범'이 아니라, 예전에 저질렀던 일의 전모가 한 번에 밝혀지지 못하고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드러나다보니 '한 번에 받았어야 할 벌을 자꾸 나눠서 받게 되는 똥밟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미 추잡한 죄로 감옥 갔다 오느라 주변인으로부터 인간 이하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짧지도 않은 형량(강간죄 8년이면 가벼운 편은 절대 아니다)으로 자꾸 시즌 2, 3를 찍으러 들락거리라고 하면 차라리 죽고 싶지 않을까.
무엇보다, 잘못된 판결이라면 대번에 들고 일어날 게 뻔한 당사자들과 그 대책위부터가 단식농성까지 풀고 '조금 아쉽지만 다행'이라는 성명까지 내놓은 상황인 만큼, 100% 만족스럽진 않을 지라도 재판부가 욕먹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p.s. 개인적으로는 저 놈이 정신 못 차리고 '그래도 무겁다'며 항소했다가 괘씸죄로 더 엿을 먹는 상황을 기대한다. 물론 최소한의 대가리가 돌아간다면 이만하길 다행으로 알겠지만...
덧글
2. 병과주의 형벌을 도입하는 나라가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어차피 아동성범죄자 같은 쓰레기는 무기형 때려서 영구 격리시키면 그만인데다 병과주의 특성상 사소한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징역을 더해서 몇십년, 몇백년씩 나오는 경우가 워낙 흔하다 보니(당장 한국의 경우 절도죄 20건을 저지른 사람에게 일괄 2년씩만 때려도 병과주의로 하면 징역 40년이 됩니다. 참고로 이런 경우 실제 형량은 길어야 몇년) 형평성이 맞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2. 무기징역 하면 다들 10년 쯤 살다 나오는 거 아냐?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글쎄요...
물론 정말 한순간에 엄청나게 큰 죄를 지었을 뿐 지금은 반성한 사람이라면 죄의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게 한 뒤에는 기회를 한번 정도는 주는 게 맞습니다만 요즘 문제가 되는 오원춘이나 서진환 같은 경우는 상습 범죄자로 죄질도 문제지만 교화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 감옥에서 일생을 마치게 하는 게 당연한데 이런 위험한 사람들에게도 가석방 기회를 열어주는 게 문제죠.
법률의 해석 및 적용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심사합니다. 그에 따라 실제 법리의 해석 및 적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 대개 '파기환송'을 하고, 예외적으로 자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달 전에 실제로 상급심이 형을 더 붙여버린 사례를 뉴스에서 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그렇게 중범죄는 아니었고요). 심지어 대법원에서 팔 걷어부치고 직접 판시하는 경우도 아예 없지는 않은가 봅니다.
검사 역시 항소한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아, 예전에 그런 얘기를 어디서 슬쩍 들었던 기억이 이제 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