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9 23:13

명불허전 대한민국 학부모 퀄리티 Culture

지하철에서 엿들은 어느 부부의 대화

W : 뭐 해?

H : 드래곤 플라이트

W : 그것도 돈 나가는 거 있대매? 아이템 같은 거 사면...

H : 아이템? 뭔 소리야?

W : 돈 주고 날개 같은 거 사는 게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애한테 폰을 줬다가 애가 아이템 사느라 25만원을 써서 (청구서가) 날아왔다는 거야. 근데 아이템 살 때 (실제 현금이 결제된다는) 얘기를 안 해 준대. 그래서 그냥 사도 되는 줄 알고 애가 모르고 막 누른 거야. 그래서 (운영진 측에) 얘기했는데 (처음) 한 번은 (환불을) 해 준다네...










장담하는데, 저 25만원짜리 사고를 친 놈은 너무 어려서 모바일 결제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게 아닌 이상,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하다.

나처럼 허접한 동체시력을 템빨로 커버해 보려고 현질까지 감행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드래곤 플라이트에서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은 오직 '수정' 뿐이다. 게임 내 '상점' 메뉴에서 구입하는 다른 소모성 아이템과 달리, 수정을 구입할 때에는 자동으로 앱스토어(구글 플레이)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머리 좀 굵은 애가 '돈 나가는 건 줄 모르고 막 누르다가' 앱스토어 결제를 했다는 건 웃기는 얘기고(좌표평면은 못 그려도 스타 테크트리는 외우는 애들이? 풉), 앱스토어고 뭐고 모를 만큼 어린애였다면 그런 애를 키우면서 앱스토어 결제 차단(PIN 설정 등으로 유료결제 차단 가능)도 안 해 놓고 애한테 폰을 맡긴 부모 잘못이 훨씬 크다. 아니, 머리가 굵건 말건 애 키우는 집이면 당연히 해 놔야 하는 거 아닌가. 부모도 그런 기능 있는 줄 몰랐다고? 에라이 미친 놈아. 애들 핸드폰 요금이나 게임 아이템 소액결제 문제가 뉴스를 탄 게 하루이틀이냐?

대충 보니까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어 보이는 딸애들 친구 얘기인 것 같았고, 그 정도 나이면 아무 생각 없이 막 질러댔다가 고지서 날아오자 급 순진한 척 '몰랐어요ㅠㅠ' 핑계대면서 데꿀멍한 시나리오일 게 뻔하다. 부모는 또 그걸 곧이 곧대로 믿고 통신사에 전화해서 '어찌 아무 것도 모르는 애들이 막 눌러도 결제 되게 만들어 놨느냐' 며 진상을 떨어댔을 것이고.

전에도 얘기했지만, 애들 보호를 명목으로 이것저것 다 가리고 차단하고 묶어놓고 보자는 정신나간 법률들이 괜히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그딴 정신나간 법을 실제로 찬성하고 지지하는 등신같은 부모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남 탓 법 탓 사회 탓만 하고 정작 자기 애들 단속은 바쁘다며 뒷전으로 미뤄놓을 것인가. 그깟 핸드폰 하나 단속 못하는 주제에.

당신 애들은 당신들 머릿속에서만 '순진하고 착해빠진 어린 양'일 뿐이다. 글자 읽을 정도만 되면 벌써 폭력에 기반한 계급구조를 만들고, 돈의 위대함을 구구단보다 먼저 익힌다. 그리고 그걸 거짓말과 시치미로 숨길 줄도 안다. 우리 애들은 그런 거 모른다고? 당신들이 애들을 모르는 거겠지.

덧글

  • 行雲流水 2012/12/09 23:32 # 답글

    청소년보호법의 기본 전제가 '어른의 악의가 청소년을 타락시킨다'니까 이건 뭐 답이 없죠.

    어른들이 애들을 이런 정글이나 다름없는 세상에 방치시켜 놓고 순진하길 기대한다는 점부터가 이미 글러먹었어요.
  • Bluegazer 2012/12/10 00:48 #

    메텔 샤워신 보고 꼴려서 성범죄자 될 거 같다잖아요ㅋ
    장가는 어떻게 갔대?
  • asdf 2012/12/10 00:16 # 삭제 답글

    근데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기계에 약해집니다.
    너무 몰아붙이는 것도 좀..
  • Bluegazer 2012/12/10 00:59 #

    노인네도 아니고 지금 40대 정도면 기계에 약하다는 핑계는 안 통하죠. 정 자기가 모르면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되고, 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거나 기계 들고 대리점 찾아가서 해 달라고 해도 됩니다. 애들 소액결제 문제 터져나온 게 몇 년 짼데, 하다못해 스마트폰 개통할 때 직원한테 물어라도 봤으면 설마 안 가르쳐줬을라고요.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는 발상도 못했다면 그건 저능아죠.
  • 엘레시엘 2012/12/10 00:21 # 답글

    원사운드님의 명언이 하나 있지요. '자식이 하는 게임이 뭔지 모른다고요? 그럼 너님이 상담 대상임.'
  • Bluegazer 2012/12/10 00:52 #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인간들이 정작 애들 하는 게 뭔지는 관심 안 가지는 건 뭘 어쩌자는 건지...
  • 아즈마 2012/12/10 01:22 # 답글

    한 10년 전쯤이었으면 그냥 믿어 줄 수도 있었겠지만....(음?)
  • Bluegazer 2012/12/10 09:15 #

    비싼 외제 기저귀나 유모차, 학습교재나 학원 알아볼 시간은 있으면서 핸드폰 단속할 시간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죠.
  • 쿠루니르 2012/12/10 14:18 # 답글

    요즘 얘들이 많이 무섭죠... 저도 동생 보고 있으면 가끔씩 놀랍니다.
  • Bluegazer 2012/12/10 17:31 #

    통제가 안 되죠. 그 후폭풍 언젠가 제대로 몰아칠 겁니다
  • 모에시아 총독 2012/12/10 19:14 # 답글

    교육열이 높다는 학부모치고 자기 자식들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학부모 못 봤습니다. 그치들이 말하는 교육열이란 그저 자기 자식이 공부하는 기계가 되도록 만드는 데 주력하는 추한 본성일 뿐이죠.
  • Bluegazer 2012/12/10 20:34 #

    배당금 내놓으라고 악쓰는 투기꾼이죠 ㅋ
  • 위장효과 2012/12/11 13:16 # 답글

    사실 저 드립질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지라...

    자녀들이 대학생이 되도 저 청맹과니짓을 하니까요. 저희 업계에서는 "아니, 같은 분야 졸업하셨다면서 매년 자녀가 어떤 교과서 보는지도 안 챙기셨습니까?"라는 전설적인 대답이 전해내려오지요.
  • Bluegazer 2012/12/11 13:25 #

    의사이신 줄로 알고 있습니다만...무슨 얘긴지 조금 더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 위장효과 2012/12/11 13:39 #

    아, 별거 아닙니다. 의사집안일수록 대물림을 시키고 싶어하는 편이었죠-요즘은 절대 안시킨다!!! 그러지만요-

    그래서 의사인 아버지 뜻대로 의대를 어떻게 들어간 학생이 죽어라 공부안하고-별로 관심이 없었으니- 계속 유급하다가 결국 학고 먹고(의대는 유급제도가 있어서 1년 전체로 기준으로 하여 두 과목이 낙제-과락이라함-이거나 평락(학점기준은 다 다르지만 대개 2.0 아님 2.5)이면 유급해서 그 학년 전체를 다시 수강해야 합니다. 과락이라도 그 과목만 수강하는 게 아니라 전부다 첨부터 재수강) 학교 나가야 할 상황이 되니까 부모님이 당장 와서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학교에서 뭐 했냐 하고 항의하니 교학과 담당 교수님 왈 "그동안 계속 성적표도 발송했고 가정통신문도 보냈습니다. 그거는 안 챙기셨습니까? 그리고 아버님이 의사라고 하셨는데 의사라면 교과서만 봐도 지금 자녀분이 몇 학년인지 짐작하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니 그냥 벙어리가 될 밖에요.
    의대는 전 과목이 전공필수고 1학년과목을 3학년에, 혹은 반대로 3학년 과목을 1학년에 수강할 수도 없습니다. 요즘은 학제가 블록 강의식으로 변경되어서 신경학하면 거기에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방사선과등 각과가 달라붙어 끝내버리는 시스템이지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1학년때는 기초의학중 해부학,생리학, 생화학등 기본적 구조와 작동에 대한 거 2학년때는 기초의학중 병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약리학등 좀더 임상에 관련된 거 하면서 동시에 임상중에서도 메이져라 불리는 내,외,산,소 정도 총론 강의를 시작하고 2학년말이나 3학년초부터 제대로 임상 각과 강의를 들어간 다음에 3학년 2학기부터나 4학년 시작하면서 병원 임상실습도는 체제였거든요.

    그러니 자식이 분명 입학한지 5년됐는데 아직도 해부학 교과서 잡고 있으면 이건 "공부안하고 유급했구나!"하고 재빨리 감지할 수 있습니다. 뭐 공부하다가 다시 들여다볼수도 있지만 학생때는 그게 어렵거든요. 당장 수업 쫓아 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5년이면 예과 2년에 본과 3학년...이 시점이면 내과학 교과서 붙잡고 씨름해야 정상인 거죠. 그걸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뭐 의대생들 주특기가 "교과서 사야 해요."하면서 그돈으로 술먹는 거지만...^^;; 그것도 나름이지 부모님이 의사라면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저는 아예 "올해 무슨 교과서 필요하냐?"하고 먼저 질문하신 담에 그거 사오실 정도였으니...교과서 삥땅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지냈었죠...
  • Bluegazer 2012/12/11 15:47 #

    ...

    부모들의 남탓은 직업과 교육수준을 가리지 않는군요
  • 암호 2012/12/21 00:17 #

    그래서 모 후보 부친이 자기 아들도 의사되기 바란 것도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르는군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