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4 13:48

전작권 환수와 연합사 유지를 동시에? War & Weapon & Human

미국 측, 한미연합사 유지 비공식 제안?(슈타인호프님 이글루에서 트랙백)

진위여부는 더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사실이라면 꽤 놀라운 일이다. 미국은 연합사 체제 유지에 시큰둥한 것을 넘어, 과거 참여정부의 연합사 해체 제의 당시 오히려 시기를 더 앞당기자고 나서 우리 정부를 당혹시킨 바 있다. 개인적으로 전작권 단독행사(밑에서도 설명하겠지만 나는 '환수'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본다)를 강력히 반대하는 만큼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워낙 의외의 내용이라 사실이라면 도리어 뭔가 숨은 의도나 동기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기사 내용에 이상한 부분이 많아 지적을 해 보자면...

우선 트랙백 본문의 첫 번째 링크 기사(클릭)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주더라도 한미 연합사령부를 해체하지 않고 존속시키되, 연합사 사령관을 한국군이 맡는 방안..."
=> 전작권을 국군이 단독 행사하면서 연합사를 존속시킨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전작권 전환 이전의 현 체제 하에서는, 전시에 국군 및 한반도 전역의 미군이 자동으로 연합사 예하에 통합 편성되어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작전권을 행사한다.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연합사는 한미 양국 장교들이 각자 자기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전쟁 수행방침을 정하기 위해 서로 파워게임을 벌이는 장이 아니다. 연합사 위에는 양국 외무(국무)장관 레벨의 한미 안보협의회(SCM) 및 합참 레벨의 한미 군사위원회(MCM)가 존재하고, 여기서 양국 정부와 합참이 차례로 협의하여 결정된 단일 명령이 하달되면 연합사는 이에 따라 작전을 수행할 뿐이다. 즉 사령관이 미군이냐 한국군이냐 하는 것은 애초에 전작권과 아무 관련도 없고, 사령관이 미군이라고 해서 '우리의 전작권을 미국이 뺏어서 갖고 있'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얘기.

따라서 전작권 단독행사는 당연히 연합사 해체와 불가분의 관계다. 그게 아니면 미국이 전시에 자기네 병력을 한국 합참이 단독 주도하는 연합사 지휘 하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겠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데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항모와 전투기와 대규모 지상군(해병 포함)은 물론 최악의 경우 전술핵까지 포함한 전력을 미국이 한국한테 통째로 던져준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두 번째 링크(클릭)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은 "현 연합사 체제에서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 된다면 현재 한국군 대장이 맡고 있는 부사령관은 중장급의 미군 장성이 맡는 방안을 상정해볼 수 있다"고 했다. 대신 별도의 주한미군사령관을 임명해 유엔사령관을 겸임토록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두 기사가 동시에 떴는데 여기서는 '전작권 환수'라는 표현이 없어지고, 대신 연합사령관이나 부사령관과 별도의 주한미군 사령관이 임명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현 연합사 체제에서 주한미군 사령관은 연합사 사령관을 겸직하며, 국군 장성으로 임명되는 부사령관은 연합사 육군구성군 사령관을 겸직한다. 이들은 모두 대장급 인사고, 육군을 제외한 해군/공군/해병 구성군 사령관은 7함대 사령관/7공군 사령관/3-MEF 사령관이 맡게 되며 모두 미군 중장이다.

기사 내용대로 연합사령관이 국군 대장, 부사령관이 미군 중장이고 대장급 주한미군 사령관이 별도로 임명될 경우 연합사 내 최고지휘관들간의 관계가 꼬여 버린다. 육군구성군은 국군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사령관직을 종전처럼 국군이 가져가는 게 사리에 맞겠지만, 부사령관이 아닌 연합사 최고사령관이 이를 겸직하면 부사령관보다 밑에 와야 할 직책을 상관이 가져가는 꼴이 된다. 부사령관이 겸직하면 이번엔 그보다 상관인 주한미군 사령관은 연합사 내에서 맡아야 할 직무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주한미군 사령관이 가져가면 이 경우에도 부사령관이 거느려야 할 직책에 부사령관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이 오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 대목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으로선 한반도 작전지휘권은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연합사가 주로 행사하게 하되, 이보다 상위에 있는 상설 한미 군사협의체를 새로 만들어 연합사에 전략지침·지시를 내리는 방안을 구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위에서도 얘기했듯 이미 한미연합사는 그 상위 기구를 두 단계나 갖고 있다. 정부 레벨의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합참 레벨의 군사위원회가 군사적 지침으로 구체화시키고 연합사는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여기에 별도의 상설 군사협의체가 또 들어갈 여지가 있는가?


제의 자체도 의외지만, 기사 내용에도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기자 또는 소식통이 한미연합사 체제에 대해 무지한 결과가 아닌가도 싶긴 한데, 일단은 진위 여부에 대해 좀 더 기다렸다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덧글

  • 슈타인호프 2012/06/14 13:57 # 답글

    일단 국방부 및 일부 군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 보도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http://media.daum.net/politics/dipdefen/newsview?newsid=20120614114522190&cateid=1068&RIGHT_COMM=R11

    진위는 한층 더 알수 없는 상태가 된 셈이죠.
  • net진보 2012/06/14 14:06 #

    으음...아마 미사일 사거리 연장?!보도 처럼....그런류의 보도가 아닐까 싶습니다...뭐 개인적으로 한미 연합사 해체는 반대하는만큼...희망하는 좋은 안이긴한데
  • Bluegazer 2012/06/14 14:08 #

    공식적으로는 정부에서 전작권 단독행사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만...하여간 요즘 이 쪽 라인에서 오보가 한둘이 아닌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사처럼 빨리 백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uks 2012/06/14 15:25 # 답글

    연합사 관련해서 오보나 카더라가 자주 나오는군요.

    일단 지켜봐야겠습니다.
  • Bluegazer 2012/06/14 16:27 #

    좋은 방향으로 가는 전조였으면 좋겠네요
  • 엑스트라 1 2012/06/14 16:16 # 답글

    확실히 보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저는 그냥 현행 연합사체제 그대로 쭈욱 가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전작권 환수논란을 일으킨 주역이 "나쁜 연합사 Out! 좋은 전작권 OK!"라는 프레임을 대중들에게 단단히 박아놔서 그것도 못하는 모양이더군요.
  • Bluegazer 2012/06/14 16:31 #

    정말 행동에 옮겨버린 건 참여정부에 와서지만, 연합사를 종속의 원인이나 상징으로 여기는 프레임 자체는 기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형성된 레토릭입니다. 미리부터 좀 알아먹게 설득하지 못하고 방치해 둔 업보죠.
  • 엑스트라 1 2012/06/14 17:59 #

    적어도 그걸 일부 운동권에서 대중에게로 옮겨 붙도록 한 책임은 참여정부에 있죠.
  • Bluegazer 2012/06/14 18:26 #

    물태우 시절에 평작권 환수가 이슈화되면서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 연합사령관이 미군 장성이라는 정도의 상식은 자리잡고 있었죠. 운동권은 연합사령부 체제까지 파고들기보다는 그냥 주한미군을 점령군 내지는 주권침해의 상징 정도로 이미지화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나 합니다. 둘이 시너지를 일으키긴 했겠지만 딱히 운동권 내부에서만 공유하던 인식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참여정부가 터뜨린 진짜 대박은 그 '일반적이지만 편향된 상식'을 대통령이 직접 주도해서 정책에 반영시켜 버린 점이겠지요.
  • 한빈翰彬 2012/06/15 01:35 # 답글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많은 대중들이 전작권 환수에 대해 오해를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연합사의 사령관이 미국군 대장이고 부사령관이 한국군 대장이라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연합사의 특징을 잘 모르고 사령관이 명령을 내리면 밑의 부사령관이 따라가는 구조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전작권이 미국에게 있다고 오해하게 되는데, 지금 현재 나온 제안은 대중들과 반대파를 설득시키기 위해 연합사의 기존 틀을 유지한 채 연합사의 사령관만 한국인으로 교체하면서 대중들이 가진 이미지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즉 실질적으로 전작권의 행사는 여전히 연합사에 귀속시키고 대중들에게는 연합사의 대장이 한국인이므로 한국에게 전작권이 돌아왔다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 제일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닐런지요.
  • Bluegazer 2012/06/15 02:04 #

    저 기사 내용 중에서 이런저런 무리수 제외하면 남는 건 확실히 '연합사령관을 한국군 장성으로 임명'밖에 없긴 하겠네요. 근데 그러면 육군구성군 사령관 자리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가져가려나...
  • 한빈翰彬 2012/06/15 02:09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 연합사의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자리만 뒤바꾸고 여전히 정상회담-SCM-MCM-연합사의 구조를 유지시켜 실질적인 전작권 동시 행사를 유지하는 게 좌파의 레토릭과 우파의 실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저 국책연구원의 발언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SCM과 MCM의 존재를 은연중 강조하려는 심리가 아닌가 의심되는군요. SCM이나 MCM, 특히 MCM이 이름만 바꿔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Bluegazer 2012/06/15 10:55 #

    국책연구기관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어쨌거나 저 기사가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성립하는 추측이니 공식 부인발표가 난 이상 좀 더 지켜봐야 다른 걸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12/06/20 17: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6/22 15: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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