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9 15:05

아주 흔한 오해에 대한 아주 흔한 반론 War & Weapon & Human

1950.7.14 역사상 보기 드문 주권의 양도

흔히 현리 전투는 유재흥 당시 3군단장의 졸렬한 지휘 때문에 국군의 작전권을 상실케 한 계기가 된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 웹상에서 알려진 유재흥의 '졸전'에 대해서는 과장이나 날조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는 그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만 이 현리 전투 이후로 '국군 작전권을 미군이 가져갔다'라는 아주 흔한 오해에 대해 몇 마디 적고자 한다.


1) 현재 국군의 평시작전권은 합참이,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부가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국군과 전시 한반도 파견 미군 지휘부로 구성되는 2개국 공동사령부이다. 그런데도 ‘국군 작전권을 미군이 쥐고 있다’고 한다면 연합사가 양국 공동이 아니라 미군 예하 조직이라는 뜻인가?

2) '연합사령관이 미군 4성장군이니 미국 정부 말만 들을 것'이라고들 흔히 얘기한다. 그러나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 양국군 합동참모회의가 구성하는 한미 군사위원회로부터 지시를 받는 조직이고, 군사위원회 또한 한미 양국 정부가 구성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 결정사항을 따른다. 즉 연합사령관이 한미간 서로 다른 명령을 동시에 받아 그 중 맘에 드는 걸 취사선택하는 구조가 아니라, 양국 정부와 합참을 거쳐 합의된 단일 명령을 하달받아 작전하는 시스템이라는 것. 이런 체계 하에서 혹여 연합사령관 자리에 미군 대신 한국군 장성을 앉혀놓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3) 한미연합사가 관할하는 병력은 전시 한국군 전체 + 한반도 전역에 파견되는 미군 병력 전체를 아우른다. 이들 병력이 연합사라는 단일 사령부로 통합 편제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국군을 단독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파견병력을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한국 정부 및 합참과의 협의를 거쳐야만 한다. 한미동맹을 파기해서 전쟁 나도 미군이 오지 않는 상황이 아닌 한, 작전권을 ‘환수’, 즉 연합사령부를 해체해서 양국이 각자 자기네 병력을 움직이게 된다면 우리 뿐만 아니라 미국도 남의 나라인 우리 땅에 와서 자기네 병력을 마음대로 굴리게 되고, 거기에 우리는 정부라인을 통한 의견전달 외에는 별다른 터치를 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효율성 이전에 이게 자주적인 시스템인가?



p.s. 현실적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전쟁시 미국에게 상당한 주도권을 내어줘야 하는 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작전권이 미국에게 있어서(사실과 다름)라거나, 연합사령관이 미군 장성(한국군 장성 앉혀놔 봐야 아무 변화 없음)이라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강한 나라와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고, 반대로 우리가 미국과 동맹을 맺은 이유 또한 미국이 그만큼 강해서 우리 안전보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한 동맹국이 필요했던 이유? 당연히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가.

주도권도 우리가 쥐고 지원도 빵빵하게 받겠다는 건 날강도에 다름 아니고, 그런 동맹관계를 받아들일 나라는 없다. 지금의 한미동맹이 그렇게 ‘굴욕적’이라면 우리가 남의 지원 필요 없을 만큼 강해지면 된다. 그러나 근시일 내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고, 강해지기 전에 자존심 상한다고 지원부터 치워버리는 것은 바보짓에 다름 아니다. 북한 제외하고 인구/경제/군사 모든 면에서 동북아 최약체국인 우리나라가, 중러일 틈바구니에서 고작 ‘동북아 균형자’나 ‘국방개혁 2020’ 따위로 ‘미군 없이 홀로 서기’가 가능해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순진을 넘어서 천치의 레벨이 아닐까.

아님 북쪽 동네처럼 핵 하나 끌어안고 혼자 전세계를 왕따시키면서 '강성대국'이라도 수립해야 자주적이라고 할 텐가.

덧글

  • shift 2011/07/19 15:55 # 답글

    옳으신 말씀이심
  • Bluegazer 2011/07/19 23:42 #

    감사합니다
  • dd 2011/07/19 16:04 # 삭제 답글

    nasanha처럼 전작권 문제를 자주/굴종 식의 이분법적으로 몰아가는 블로그가 아직도 있다니 어이없네요.
    현리전투 설명한 부분도 이상한 것이 '사단장 3명' 운운하는데 그때 3군단은 3,9 두 사단밖에 없었는데 무슨 '3명'인지 이해가 안감.게다가 [군단장은 비행기를 타고 '작전회의 참석차' 그 참담한 현장을 떠나고 있었다]는 구라도 아직까지 써먹고 있으니 안습일뿐요
  • Bluegazer 2011/07/19 23:51 #

    군단 지휘부가 포위망 바깥에 있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기 타고 포위망 안으로 날아가 작전회의 주재하고 도로 나온 걸 두고 '비행기 타고 회의 빙자하여 내뺐다'느니 '포위망 안에 남아서 지휘 안 하고 뭐했냐'느니...자기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진짜 포위망에 잔류했었으면 '왜 포위망 바깥에 건재한 군단지휘부를 미쳤다고 호랑이 아가리에 들이밀었냐'고 까댔을 게 뻔하죠.
  • shaind 2011/07/19 18:34 # 답글

    "현실적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전쟁시 미국에게 상당한 주도권을 내어줘야 하는 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작전권이 미국에게 있어서(사실과 다름)라거나, 연합사령관이 미군 장성(한국군 장성 앉혀놔 봐야 아무 변화 없음)이라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강한 나라와 동맹을 맺었기 때문"

    ..........이 부분에서 "전작권 환수는 주장하지만 반미주의는 아니다" 라는 사람들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걸러지죠.
  • Bluegazer 2011/07/20 00:20 #

    여러 번의 굵직한 침략을 겪고 간신히 독립한 역사를 배우며 자란 사람들인 만큼 외세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작고 약한 나라일수록 현실을 봐야지 정신적 마스터베이션에 의존하면 안 되겠지요.
  • 모에시아 총독 2011/07/19 18:36 # 답글

    사실 한미동맹의 세부사항은 일정 부분 수정이 필요하지만, 중국이라는 기형적인 패권국가가 어떠한 올바른 견제없이 저렇게 막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 Bluegazer 2011/07/20 00:22 #

    중요한 건 한미동맹은 미국보다는 한국이 거의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는 입장이고, 한국의 의지에 의해 지속되어 온 바가 크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 쪽' 사람들은 탐욕스런 미 제국주의가 평화를 사랑하는 한민족을 발 아래 두려는 야욕의 결과물 정도로밖에 안 보고 있는 것 같지만...
  • 해색주 2011/07/20 02:25 # 답글

    미군에게 일방적인 수혜를 받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미군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고 그 의존을 줄이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는 것이지요. 전작권 반환은 필요하지만, 한미연합사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글은 참 뜬금없습니다. 그리고 미군은 어디에서도 미군이 다른 나라의 지휘를 받지 않습니다.
  • Bluegazer 2011/07/20 04:04 #

    일방적 수혜라 함은 한미동맹이 한미 양쪽에 호혜적으로 작용하기보다 거의 우리 혼자만 얻어가는 구도라는 뜻입니다. 국군은 외형적으로 상당히 강력한 전력을 가졌지만, 북한이라는 '우리 발등의 불' 때문에 사실상 한미동맹으로 미국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군사적 여유가 크게 상쇄되는 측면이 강하죠.

    더구나 미국은 한미동맹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사가 (저 쪽 사람들의 망상과는 전혀 달리) 별로 없습니다. 주한미군 전력은 지금껏 감축일로를 걷고 있고, 그 편제 역시 한반도 전역에 특화된 전력에서 지역적 기동전력으로 재편되는 추세죠. 즉 한미동맹의 유지/강화는 미국보다는 우리에게 급한 문제고 우리가 노력해서 지켜야 할 부분입니다.

    북한이라는 위협이 제거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동맹관계를 유지할 의사를 상실하거나 동북아에서의 국가간 체급차이가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전작권 단독행사(전 '환수'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현재의 전작권은 누가 뺏아간 게 아니라 한미가 '공동행사'하는 시스템이죠)를 주장할 이유는 여전히 없다고 봅니다.

    p.s. 개인적으로는, 일단 2015년까지 연기된 전작권 단독행사가 아예 유야무야되어버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엑스트라 1 2011/07/20 02:48 # 답글

    구조주의 정치학파를 정말 싫어하는데, 그들의 이론이 척 들어맞는게 바로 한-미 동맹이였거든요. 예산을 타내기 위해 '한반도는 요충지입니다!'를 입이 닳도록 외치다보니 어느새 관성적으로 동맹이 잘 굴러가게 되는... 그런데 그런 관계를 자기가 알아서 걷어차려고 난리를 치니 한숨만 나올 뿐이죠.
  • Bluegazer 2011/07/20 03:17 #

    사실 한미관계에 대한 민족주의적 피해의식이 자리잡은 건 한 두 해에 걸친 일이 아니고, 저런 레토릭이 먹혀들어갈 토양은 아주 예전부터 형성되어 왔지요. 음모론에 가까울 지 모르지만, 이런 상황을 이북 에미나이들이 수십년에 걸쳐 의도적으로 조성했다고 해도 저는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