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부키야의 '아머드코어 2 어나더 에이지 하이엔드 액션 모델'이라는 긴 타이틀을 가진 액션피규어 시리즈 중 '지오 매트릭스 국지전형 ZCH-GR/1(이하 '국지전형')'을 구입했습니다. 2001년에 발매된 제품인데 무려 8년만에 드디어 손에 넣게 되었네요.
포장은 박스가 아닌 커다란 블리스터 팩입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신품이라고는 해도 역시나 오래된 물건이다보니 포장 겉면의 스크래치 등 좀 낡은 티가 나긴 나네요.
전면에는 커다랗게 제품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 있고, 종이로 된 백보드에는 부분품의 형식명칭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비츠를 제외한 AC 본체는 내장재의 돌기 뿐만 아니라 철사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습니다(사진에서는 제거된 상태). 제품이 무게가 있다보니 이런 식으로 배려를 해 둔 듯.
백보드 뒷면에는 먼저 발매된 제품들의 소개와 함께, '죠죠의 기묘한 모험' 및 '바스타드'의 피규어 시리즈 광고가 들어 있습니다. 백보드는 슬라이드식으로 빼내는 것이 아니라, 상하좌우 모서리를 막고 있는 블리스터 테두리를 들어내야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역시나 무게를 고려한 배려인 듯 합니다.
역사와 전통의 담뱃갑 비교샷. 무장이나 안테나 등을 제외한 두정고는 대략 14.5mm 정도로, 1/72 프라모델 시리즈보다는 약간 작지만 일반적인 1/144 건프라보다는 훨씬 큰 편입니다. 넌스케일 제품이지만, 굳이 스케일을 따지자면 1/80 정도 되지 싶네요.
모든 외부무장을 제거한 소체 상태. 지오매트릭스 특유의 곡선미가 잘 살아 있습니다. 실물의 색감은 사진보다 좀 더 어두워서 거의 와인색에 가까우며, 먹선과 명암도장도 들어가 있습니다. 도색 퀄리티는 꽤 좋은 편입니다.
이런 지오매트릭스의 곡선적 디자인은 훗날 3편의 미라주로 이어집니다. 디자인도 그렇고 컬러도 그렇고, 국지전형이 사실상 미라주의 AC '셀레나'의 직계 조상 쯤 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가동성은 솔직히 영 아닙니다. 팔은 그럭저럭이지만 다리의 가동성이 절망적인지라 별다른 액션 포즈를 취해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숫제 덩치로 먹고 들어가는 타입.
고관절이나 어깨관절에는 피스톤이나 기타 가동부를 재현한 몰드 같은 건 없고, 축과 구로 이루어진 단순한 볼관절입니다. 관절 강도는 헐겁지도 뻑뻑하지도 않은, 딱 '액션피규어스러운' 수준.
상체 클로즈업. 뭘 맞아도 다 막아낼 것 같은 떡대가 인상적입니다. 슬릿 양 끄트머리에 듀얼센서가 하나씩 물려 있는 머리 디자인은 역시나 가와모리 쇼지의 터치가 느껴지는군요.
오른쪽 어깨에 비죽이 솟아난 안테나는 탈착 가능한 별도 부품으로, 재질도 PVC가 아닌 딱딱한 PS입니다. 머리에 달려 있는 안테나는 처음 올 때부터 휘어 있었는데, 어떻게 펴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네요. 끓는 물에 넣어서 데워주면 잘 휘어진다는데 한 번 해 봐야 되나...
실팍한 팔뚝. 어깨와 하완부 측면에는 하드포인트가 달려 있어서 각각 옵션 파트를 달 수 있습니다. 팔은 상당히 긴 편인데, 팔뚝에 비해 손이 좀 작아 보이긴 하네요.
육중하다 못해 터질 것만 같은 굵직한 다리통. 처음 샀을 때에는 무슨 영문인지 왼쪽 다리보다 오른쪽 다리가 2mm나 짧아서 똑바로 세워놓으려고 해도 짝다리를 짚었는데, 알고 봤더니 왼쪽 고관절 축이 아래로 처져 있더군요. 완성품에 손대는 것도 영 껄쩍지근해서 이걸 어쩔까 하다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슥슥 톱질로 절단, 2mm 올려준 위치에 철심까지 박아서 붙여줬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백팩은 역시나 셀레나와 유사하게 원통형 나셀이 양쪽으로 배치된 구조입니다. 게임에서 일시적으로 초고속 대시와 점프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오버드 부스트' 상태를 재현할 수 있도록 뚜껑도 열립니다.
본체 외에 들어 있는 추가파트들입니다. 백팩과 양 어깨, 양 손 등에 장비하는 무장들이며, 편 손도 좌우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ZWX-IV/PURSUIT 대형 미사일 런처. 아쉽게도 뚜껑은 열리지 않습니다.
양 어깨에 달리는 확장(extension) 유닛인 BEX-BRM-04. 이게 보조 미사일 런처였던가...
오른손 무장인 ZWG-BZ/HYDRA 대형 바주카. 보통 이런 바주카는 탄속이 워낙 느려서 아레나나 대전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요.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오른손 무장은 편손 가운데에 달려 있는 핀을 무장 손잡이의 구멍에 끼우게 되어 있는데...보시다시피 영 불안한 고정방식이고 실제로 쉽게 헐거워집니다. 고정부만 개선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아서, 손을 교체해 주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ZES-500/SU 실드. 정확히 말하자면 실드 제네레이터 같은 물건입니다. 왼손 무장으로는 보통 블레이드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실드를 쓰는 경우는 자주 못 봤네요.
옵션으로 들어 있는 엠로드제 EHD-GN-92 헤드. 옵션을 넣어준 건 좋은데...생긴 것도 그렇고 안 어울리는 컬러도 그렇고, 그냥 넣어줬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겠습니다. 허긴 다른 제품에 들어 있는 옵션 헤드파트들도 하나같이 못생겼더랬죠'ㅅ'
모든 장비를 갖춘 상태의 모습. 역시나 중장형다운 느낌이 잘 살아 있습니다. 바주카를 제외하면 외부 파트들의 결합력은 괜찮은 편입니다.
1/72 크레스트 듀얼페이스와의 비교샷. 두정고는 머리 하나 정도 차이가 나지만 등빨로는 절대로 지지 않습니다.
고토부키야의 아머드코어 라인업 하면 요즘은 1/72 스케일의 프라모델이 대세지만, 2000년대 초반에 발매된 이 액션피규어 시리즈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현재 전개중인 프라모델 시리즈는 3편 이후에 등장하는 기체들만을 발매중이지만, '하이엔드 액션모델(High-End Action Model)'이라는 타이틀로 발매되던 액션피규어 시리즈는 2편과 2편의 외전격인 '어나더 에이지(Another Age)'에 등장하는 기체들을 입체화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국지전형은 전체 시리즈 중에서는 5번째, 어나더 에이지 시리즈로는 2번째로 발매된 제품으로, 어나더 에이지의 오프닝 영상을 장식하여 유명한 중장형 AC입니다.
아머드 코어 2 어나더 에이지 오프닝. 지금 봐도 멋진 영상입니다.
오프닝 영상에 같이 등장하는 경량급 기체 역시 '엠로드 고기동형 ECL-ONE'이란 이름으로 발매된 바 있습니다. 저는 엉뚱하게도 이 놈의 '상체'만 몇 년 전에 갖게 되었는데, 동호회 형님께 중고 데스자우러를 구입할 때 같이 한아름 넘겨받은 정크 무더기 중에 무장까지 완비된 고기동형의 상체와 GFF 퍼펙트 건담이 통째로 들어 있었거든요. 그 덕분에 그 날 쓴 돈 값어치의 몇 배를 벌고 왔다는 사연이 있습니다(...).







아머드코어 2/아머드코어 2 어나더 에이지의 하이엔드 액션모델 시리즈 전체 라인업.
오른쪽줄 위에서 두번째가 ECL-ONE입니다이 시리즈가 나올 당시 저는 고토부키야 홈페이지의 제품소개 html 페이지를 통째로 긁어서 제 컴에 저장해 놓고 시간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군침만 흘려댈 정도로 좋아했지만, 이상하게 발매 당시에는 인연이 닿지 않아 구하지 못 하고 그 이후로 한참 잊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비교적 최근 갑자기 생각이 나서 구하려고 찾아보니 이미 대부분 단종된 지 오래여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지인분의 도움으로 국내에 몇 안 남은 제품 중 하나를 구입하게 되었네요.
무척 기대하면서 물건을 기다렸는데, 정작 받아보고 나니 다소 실망스런 부분도 없진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나름의 추억이 있는 물건이다보니 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사실 이 시리즈 중에 진짜로 손에 넣고 싶은 건 가장 처음 나온 ECM-XR00(왼쪽줄 제일 위)였는데 이건 진짜로 레어중의 레어라 먹고 죽을래도 없는 물건이고, 지금은 그나마 이 국지전형이나 엠로드 강습육전형 ECH-D4(오른쪽 밑에서 두번째) 정도만이 간간이 보일 뿐입니다.
하여간 오랜만에 귀한 물건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네요. 언젠간 다른 물건들도 구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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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제가 놀라고 있는건 블루게이저님이 주문하셨음에도
이 녀석이 아직 품절이 아니라는 것[....]
아머드코어는 만든게 묘미죠!
우와와앙....중장형 좋아요 중장형
첨 나왔을 때 사고 매우 만족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저나 아코 팬분을 또 한분 만나서 기쁘네요
이거 가격좀 쎄죠...